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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양치기 소년’은 안된다
[기자의 시각] ‘양치기 소년’은 안된다
  • 이재준
  • 승인 2024.03.26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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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국회의원 선거에 각각 출마한 두 후보.

양치기 소년이 심심해서 장난삼아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쳤다. 마을 사람들이 늑대를 쫓기 위해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왔지만, 양치기 소년의 장난임이 밝혀진다.

양치기 소년은 마을 사람들의 반응에 재미를 느껴 자꾸 거짓말을 했다. 결국 아무도 양치기 소년의 말을 믿지 않는다. 어느 날 정말 늑대가 나타났다. 양치기 소년은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쳤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양치기 소년의 말을 듣지 않았다. 양들은 늑대에게 먹히고 말았다. 어릴 때부터 자주 듣던,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다. 신뢰가 깨지면 그 끝은 참담하다. 단순하지만 요즈음 곱씹어 볼 만한 이야기다.

본격적인 선거철이다. 선거법상 동네는 정중동이지만, 앞으로 거리는 선거운동원의 율동과 유세차에서 흘러나오는 로고송으로 시끌벅적할 거다. 유권자들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후보자들의 인물 됨됨이에 관심을 나타내며, 자기의 삶과 연관 있는 공약을 살핀다. 내 편, 네 편이 정해진 유권자가 아니라면 십중팔구 이쯤에서 표심을 정한다.

식당의 메뉴판과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의 공통점을 굳이 찾으면 그것은 골라 먹는 맞이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공약을 보며 입맛 당기는 메뉴를 선택한다. 후보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순간이다. 공약은 유권자와 후보간에 ‘서류 없는 계약’이다.

이를 속박할 계약서가 없으니 당연히 정직과 신뢰가 담보되어야 한다.

설(說)은 이쯤하고, 그렇다면 지금 후보들은 과거 선거에 출마해 유권자와 맺은 계약관계, 다시 말해 공약에 충실했을까.

오는 4월10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에 거제에서 출마한 후보자는 민주당 변광용, 국민의힘 서일준, 개혁신당 김범준 후보 등 3명이다. 3파전이라고 한다.

세 번의 공천과정에 참여했지만 본 경기를 뛰어보지 못한 김범준을 제외하면 두 사람은 유권자들에게 앞면이 있는 인물이다. 현역 국회의원이고 전 시장을 지냈던 사람들이다. 공교롭게 변광용, 서일준 두 사람은 지난 2019년 6.13 지방선거에서 맞붙었다. 변광용이 이기면서 거제시장 자리를 올랐다.

서일준은 2년 뒤인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 후보로 나온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이기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여기서 이들의 이력을 다시 꺼낸 것은 이들이 당시 출마하면서 유권자들에게 했던 공약을 얼마나 지켰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빛바랜 선거 홍보물에 있는 이들의 공약을 열거하면 이렇다.

2018년 거제시장선거에 출마했던 더불어 민주당 변광용 후보는 5만 평의 부지에 3천억 원을 들여 ‘거제이순신테마파크’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또한 거제관광산업의 기반 구축을 위한 ‘거제관광특구’를 추진, 해양플랜트 국가산단추진, 거제대학 도립대학추진, 국도14호선(일운~남부 저구)4차선 확포장 등 공약을 내놓았다. 이 사업들은 변후보가 시장에 당선 된 이후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공약한 내용 중에 대통령 휴양지인 ‘저도의 완전 반환’, ‘명진터널 조기준공’ 등 굵직한 일부 공약은 지켰다. ‘남부내륙철도 조기착공’ 등 굵직한 공약도 했지만, 이는 국책사업으로 지자체가 사업의 성사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서일준 후보는 거제에 ‘경제자유구역청’을 신설하겠다는 야심찬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공약은 공수표에 그쳤다.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사곡산업단지조성’은 지난 21대 총선에 출마해 약속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거제대학4년제 승격’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대우조선불공정매각반대, 거가대교통행료인하, 가덕신공항유치적극지원, 남부내륙철도조기착공, 대전~통영간고속도로 거제연장, 국도5호선(거제장목~창원구산)연장조기착공 등 굵직한 사업은 현재 진행형 이거나 완료형이다.

국책사업과 맞물려있는 지역 현안 사업을 이들의 독자적인 공약으로 분류하는 것은 어딘지 어색하다. 다만, 이들이 이 사업의 성사를 위해 얼만큼 노력했는지, 아니면 숟가락만 걸쳤는지, 유권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더구나 이번 22대 총선에서 쏟아낸 양쪽 후보들의 공약을 점검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이 두 후보(선거에 출마했을 때)는 얼마의 점수를 받을지 궁금하다.

사전에는 허풍을 잘 떠는 사람을 허풍선이라고 한다. 똑똑한 우리 유권자들이 어디 허풍선이를 뽑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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